[구미] 통역계의 2세 유명인 : 베라 왕과 시몬느 시뇨레
작성자
박유현
작성일
2022-02-12 19:03
조회
943

부친 왕청칭(Chengqing Wang)은 젊은 시절 미국으로 이주한 후 MIT를 졸업하고 제약/무역 쪽에서 기업을 일구었고, 모친 플로렌스 우는 영어실력을 살려 유엔에서 일했다. 국제기구들이 대개 그렇듯 유엔 통역사는 대졸자를 기본 학력으로 정직원 직고용 체제이다. 즉, 통역사는 별도 직군이 아니고 유엔 관리들과 같은 승진 트랙을 밟는다. 다만 공식 언어인 영어, 불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중에서 중국어, 러시아어는 해당국에서 순환보직으로 운용하던 시절도 있어, 대만이 유엔의 회원국이었던 시절이어서 플로렌스 우가 통역사로 일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후 대만을 축출하고 중국이 유엔에 가입하면서, 중국어 통역사들은 전원 교체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놀랍게도 유엔 통역을 중국 외교관들이 전담했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업무로 만난 중국 외교관 출신의 뱅커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외교부 직속의 외교관 양성기관인 외교대학에서는 4학년 1학기와 2학기에 모든 학생에게 통역 수업을 진행한다고. 그리고 학위 과정을 마친 우수 졸업생에게는 워싱턴 DC 대사관에 나가서 저임금으로 대사관 숙소살이 외교관 생활을 하거나, 뉴욕 유엔본부에서 (대사관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의 통역사로서 뉴요커 생활을 몇 년 할 수 있는 옵션을 주어서 유엔 쪽의 보직을 선택하는 외교관들이 많았다고. 다만 이는 천안문 사태 즈음 졸업생의 증언이고, 필자가 VIP 통역 일로 유엔 출입을 시작한 21세기에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중국어 통역사들이 근무하고 있던 것을 볼 때 지나간 이야기인 것으로 생각한다.

베라 왕 외에도 업계에는 2세 유명인이 한 사람 더 있다. 프랑스의 유명 배우 시몬느 시뇨레 (Simone Signoret)인데, 제네바 국제연맹과 파리 유네스코에서 근무했던 안드레 카민커(Andre Kaminker)의 딸이다. 안드레 카민커는 독불영 3개 언어를 통역했고, 개인적으로 믿음이 가는 설은 아니지만 프랑스 지하방송에서 프랑스 최초로 히틀러의 뉘른베르크 전당대회를 독일어에서 불어로 동시통역했다고 스스로 주장했다. 시몬느 시뇨레는 독일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대표한 지성파 배우로 활동했고, 프랑스 여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도 받은 바 있으며 남편은 미남 배우 이브 몽탕 (Ives Montand)이다. 그런데 이렇게 시몬느 시뇨레를 소개해도 통대 학생들은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베라 왕 만해도 홈쇼핑 브랜드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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