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자가 많은 남자: 코리아 컨설팅 안톤 숄츠 (Anton Scholtz) 대표
작성자
박유현
작성일
2022-05-30 13:23
조회
667
백억, 천억,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그 정도의 돈이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은 자주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어떤 M&A건을 십여 년간 꾸준히 통역했던 일이 있다. 코리아 컨설팅 안톤 숄츠 대표는 그때 상대측 통역사로 나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의 역할은 독일 기업의 국내 활동에 대한 컨설턴트이자 통역사의 겸업이었다. 이 건으로 독일과 서울을 오가며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되는 시간 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 협상했고, 천억이 넘는 돈이 송금되는 것을 서울에서 함께 지켜 보았다.
그 후 남북정상회담 프레스 센터에서는 독일 언론사 기자와 평양 송출 영상의 동시통역사로, 가까이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일로는 영상기획자와 번역사로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네 모자는 계속 바뀌는데 난 그대로구나"고 인사를 하고는 후회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게, 넌 그대로네?" 라는 답을 끌어내고 싶은 것도 아니고, 겸손도 아니고 좀 이상하지 않은가. 그런데 "네가 한다니 믿을 수 있다"는 덕담이 돌아와서 역시 안톤 씨 답다고 생각했다.
안톤 씨가 특히 매력적인 부분은 "유럽인, 남성, 지식인, 장신 미남" 이미지로 한국에서 쉽게 소비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래 전, 안톤 씨에게 한국 방송에서 수요가 많을 것 같은데 왜 TV 출연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던 일이 있다. 그는 <서프라이즈>나 <미수다> 류의 영상에서 백인 바보로 소비되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더 나은 방송 프로그램이 자신을 찾기 전까지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도 몇년이 지나 2014년 <비정상회담>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이 정도의 방송환경이면 어떠냐고 물었다. 그는 나아지긴 했지만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대답했고, 몇 년 후 격식을 갖춘 시사 토크쇼로 데뷔했다. 그 사이 5.18을 취재한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택시운전사(2017)>에서 독일인 앵커로 20초 정도 깜짝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힌츠페터의 역할을 맡은 토마스 크레치만의 국내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았던 인연에서 출연하게 된 사정이었다고.
이 안톤 씨가 공들여 쓴 책이 드디어 나왔다. 내용에 자신 있다고, 기대해 달라고 한 것이 반 년 전의 일인데 역시 독일인 답게 계획에 정확히 맞게 나왔다. 내가 아는 안톤 씨는 쓸데없는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참지 않는다. 한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정을 가진, 재능 있으며, 모자가 많은 남자(a man of many hats)의 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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