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구소칼럼

[유럽] 제네바정치회담, 1954년

작성자
박유현
작성일
2019-10-04 19:22
조회
1487

이하 사진 출처 :  British Pathé, Geneva Conference (1954)

김영희의 <유민 홍진기 이야기: 이사람아, 공부해  (민음사 2011)>는 중앙일보의 설립자 홍진기의 평전인데, 그가 법무차관 시절 협상대표로 국제무대에 데뷔한 제네바정치회담을 공들여 묘사하고 있다. 이 중 저자가 한국대표단 통역을 최정자 교수가 맡았다고 쓴 것은 잘못된 기술이다. 당시 통역을 맡은 민간인은 최정우로, 동국대 부총장을 지내다가 국회사무처장이 되어 1958년 2.4 보안법 파동때 무장경찰을 동원해 야당의원을 진압했던 파란만장한 인물이다. 노트에 최정우(宇)를 흘려쓰고 나중에 최정자(子)로 읽은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아래는 제네바 정치회담에 대한 기술.



"한국 대표단은 변영태 외무장관을 수석 대표로 임병직 대사, 양유찬 대사, 홍진기 법무차관 등 네 명으로 구성되었다. 최정자 교수가 통역으로, 이수영 대령이 연락 장교로, 한유동이 장관 비서관으로 동행했다. 한국 대표단의 규모는 타이피스트를 포함해도 겨우 아홉 명이었다. 이에 비해 미국 대표단은 80명, 소련과 중국 대표단은 각각 200명에서 300명의 대인원이었고 북한 대표단조차 80명이나 되었다. 한국은 회의가 개막되기 직전에 회의 참가를 결정하고 현지에 도착한 탓에 제대로 된 숙소를 구할 수가 없었다. 교통비로 가져간 3,000 달러중에서 2,500달러를 주고 시보레 승용차 한 대를 사서 대표와 수행원 일곱 사람이 끼어 타고 회담장소를 왕래했다."



"팔레 드 나숑 국제 회의장은 의장석을 향해 부채꼴 모양으로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대표단 왼쪽 줄에 앉은 한국 대표들은 맨 앞줄에 차지한 북한 대표단의 뒤통수를 바라보고 자리 잡았다."



"회의는 그 성격이 남북한 간의 회의이면서 동시에 참전 16개국 회의였기 때문에 남북한 수석 대표들이 연설을 할 때는 한국어로 했다. 한국어를 동시 통역이 영어로 통역하면 유엔 통역사들이 그것을 다시 프랑스, 러시아, 중국, 스페인어로 통역하는 복잡한 시스템이었다. 한국에서 통역으로 간 대학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배운 영어 발음을 써서 유엔 통역사들이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의전 같은 것 안 따지는 양유찬 주미 대사가 변 장관의 연설을 직접 통역하여 문제를 해결했다. 북한의 남일이 하는 연설은 먼저 러시아로 통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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